2027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감소를 이유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은 경기 침체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동결 또는 최소 수준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의 의견을 바탕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생활 안정 위한 인상 요구…“내수 회복에도 도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에 착수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1만320원보다 16.3% 높은 1만2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근무 기준 약 250만8000원 수준이다. 노동계는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이 단순히 임금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 완화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특히 에너지 비용과 생활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 여력이 확대돼 지역 상권과 자영업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노동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됐음에도 임금 상승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인건비 한계”…고용 감소 우려
반면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은 현재의 경영 환경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위원들은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과 명목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임대료 부담 등으로 인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7%가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커피전문점과 미용업, 도소매업 등 노동집약적 업종일수록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상승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는 응답도 90% 안팎에 달했다.
고용 부담과 생계 안정 사이…최저임금의 균형점 찾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고용 축소와 신규 채용 중단, 무인화·자동화 도입, 근로 시간 축소 등이 주로 언급됐다.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연구기관은 최저임금이 노동계 요구 수준인 16.3% 인상될 경우 일자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경우 소규모 사업장의 고용 여력이 약화 되고 기업의 투자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의는 노동자의 생계 안정과 기업의 지불 능력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이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향후 노사 양측이 제출하는 수정안을 토대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법정 심의기한은 이달 29일까지지만, 매년 노사 간 이견이 큰 만큼 올해 역시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