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맹본부 갑질’ 근절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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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맹본부 갑질’ 근절 할까
  • 지유리 기자
  • 승인 2017.06.2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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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개정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된 가맹본부의 이른바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다. 한편에선 가맹본부의 의견에 따른 수렴 절차가 아쉽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어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가맹사업 불공정 거래 급증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총 593건에 달한다. 지난 2006년(212건)과 비교했을 때 무려 180%나 증가한 결과다. 일반 민·형사 소송으로 진행된 사건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맹점과 본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분쟁은 본사의 계약 일방 해지, 상생협약 불이행, 필수 물품 구매 강제로 폭리 취하기,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 위반, 부당한 내용의 계약조건 설정 등이 있다. 

실제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가 지난해 발표한 가맹점 피해 사례집에 따르면 김밥 전문 프랜차이즈 B사(社)는 신장개업하는 가맹점에 시중보다 40% 가량 높은 가격의 냉장고 등 특정 업체의 주방 집기를 사도록 강요했다. 또한 개업 후에도 본사 혹은 본사가 지정한 업체에서 구매해야 하는 필수물품은 전체 물품의 3분의 2에 달했다. 이 필수품에는 시중 마트에 있는 일반 공산품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에서 피자 전문점 P사의 가맹점을 운영하던 김모 씨는 가맹점주협회 임원으로 당선된 직후, 본사의 과도한 매장점검으로 강제 폐점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맹본부, 보복금지조항 신설
현행법의 경우 가맹점주가 부당행위를 당해 신고할 경우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에 따르는 것이 아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공정거래법은 말 그대로 공정거래 전반에 관한 내용으로 가맹본부의 가맹점에 대한 보복조치를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가맹사업법도 마찬가지여서 가맹본부의 보복행위로 판단돼 신고를 하더라도 어떠한 처벌을 요구할 수 없다. 때문에 이번 가맹본부의 보복금지조항 신설은 ‘보복조치’를 따로 법률에 명시해 가맹본부의 보복행위를 막고자 한 것이다. 

신설된 ‘보복조치의 금지’ 조항은 발의안 제12조의 7에서 규정하고 있다. 가맹점주가 가맹사업거래의 분쟁에 관한 사항을 조정 신청,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등 사이의 거래에 관한 서면실태조사,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신고 및 이에 따른 공정위의 조사에 대한 협조 등의 행위를 이유로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행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제41조의 제2항의 1에는 가맹사업자에게 보복조치를 한 가맹본부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 ‘하도급,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4개의 법안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에 ‘손해배상책임’ 조항을 신설, 가맹점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의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새롭게 명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배상 상한액을 높임으로써 불공정행위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책정된 손해배상액의 감액범위를 제한해야 실효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1년 하도급법 도입 이후 제기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경우 창원지법에 계류 중인 사건, 단 1건 뿐이다. 배상명령이 내려진 경우도 법원이 아닌 노동위원회에서 2배의 배상명령을 결정한 1건이 고작이다. 이는 징벌적손해배상권이 법적 권리로서는 존재하지만,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에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에 첫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다른 부분들과의 충돌을 방지하게 위해 기존의 내용을 따르되, 발의안의 통과 후 문제점이 발생할 때에는 추후 입법을 고려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초과이익공유제 추진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간의 상생발전을 위해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제도 개선안도 추진된다. 초과이익공유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이익개선 등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가맹본부의 이익 중 가맹본부가 설정한 목표를 초과한 이익을 가맹점사업자와 공유하는 가맹계약 모델이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본부만 과도한 이윤을 취하고 가맹점 사업자는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에 가맹본부만 살찌우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악습이야 말로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자, 업계의 고질적 병폐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더불어 프랜차이즈 업계에 초과이익공유제의 확산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 확산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연구·조사, 국내외 우수사례의 발굴·확산,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가맹본부에 대한 교육·컨설팅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생의 길 모색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오히려 일방적인 규제 강화가 본사와 점주의 관계를 갑과 을의 관계로 규격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본사 입장에서도 불공정 거래를 없애야 한다며 정부와 가맹본부, 가맹점이 모여서 보복 금지의 범위, 가맹사업자 단체 신고제의 의미와 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서는 지난 4월에 개최된 제22회 글로벌 프랜차이즈 리더스 포럼을 통해 가맹사업에 대한 과잉 규제에 대해 토론한 바 있다.  

신영선 부위원장은 “가맹사업에서 갑의 횡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거래질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상생을 통한 혁신만이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너무 많은 규제는 효용의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의 규제로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의 상생에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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