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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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을 담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7.05.2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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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네> 고덕점 임영옥·윤희헌 점주
▲ <김가네> 고덕점 임영옥·윤희헌 점주 ⓒ 사진 이현석 팀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한 집에서 동거동락했던 점주와 아들이 일터에서 만났다. 
<김가네> 고덕점을 운영한지 20년째인 임영옥 점주와 
올해로 2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아들 윤희헌 씨가 그 주인공이다.  

내 인생의 동반자, 아들
어려웠던 시절을 버티고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김가네> 고덕점을 운영하기까지 임영옥 점주 옆에는 든든한 아들이 있었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을 데리고 와 김밥을 먹던 아들에서부터 군 휴가를 나오면 제일 먼저 어머니 가게에 들러 김밥부터 먹던 아들 윤희헌 씨.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김가네> 고덕점에서 하루를 같이 보낸다. 티는 안내지만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아들이 옆에 있어 든든하다는 임영옥 점주. 하지만 일터에서 어머니와 아들로 같이 손발을 맞춘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건국대학교 법학과를 다녔었을 정도로 명석한 아들이지만 처음 해보는 매장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장사 베테랑인 어머니가 이래저래 노하우를 전수하지만 손님 맞는 법이 서툴러 본사에 CS교육을 보내고 싶었을 정도라고. 아들에 대해 제일 잘 아는듯하지만, 모르는 게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달에 2번, 한번은 어머니가 하고 싶은 등산, 한번은 아들이 좋아하는 낚시 등 서로의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편, 아들의 잘생긴 얼굴 덕에 단골이 늘기도 했다는 임 점주. 아들자랑에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그곳
경험은 없어도 어렸을 때부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탓인지 1.5인분의 일들을 해내고 있는 윤희헌 씨. 특히 20년 전 어두운 골목길 사람 하나 없어 모두가 떠난 자리에 어머니가 점포를 얻고 어렵게 시작한 과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꿈을 뒤로 하고 어머니와 매장운영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점포 운영은 녹록치 않았다. 어느 날 한 고객이 아들 윤희헌 씨가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냈던 날이 있었다. 임 점주는 아들 교육을 잘못시킨 자신의 탓이라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고객들이 컴플레인을 건 고객이 잘못들은 것이라고 항변해 준덕에 사건은 마무리됐다. 하나뿐인 귀한 자식이 다른 고객에게 억울하게 꾸지람 듣는 것도, 어머니가가 대신 고개를 숙이는 것도 가족이라 더 마음 아픈 일이다. 그 뒤로 서로를 위해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 것 같다는 母子. 한참 뒤 다시 찾아온 그 고객에게 웃으며 인사하자 더 미안해하는 모습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불철주야, 주경야독 
33㎡(10평) 남짓으로 시작해 66㎡(20평), 99㎡(30평)가 되기까지는 자식을 위해 성공해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상권 전문가도 극구 말린 장소에 자리를 잡은 <김가네> 고덕점. 매장 앞은 싸움터가 따로 없었고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임영옥 점주는 모든 매장이 문을 닫을 시간인 새벽 3시까지 매장 불을 켰다. 오랫동안 꿈꾸던 매장을 힘들 게 열었고 <김가네> 본사가 물심양면 지원해준 것을 생각하면 더욱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임 점주. 또 일하는 동시에 요리자격증을 따고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본사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겨주지만 양념하나도 조리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는 법.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본사와 끈끈하게 소통하며 20년을 보냈는지 모른다. 때문에 아들 윤희헌 씨에게도 틈틈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주문한다. 어느새 67세의 나이가 된 임영옥 점주는 새벽에 나와 김밥을 만들고 서빙을 하는 등 쉬운 일이 결코 아니지만 절대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다. 일이 즐겁고, 아들과 함께라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상 누구보다 어머니를 더 존경할 수밖에 없는 아들 윤희헌씨. 오늘도 소소한 대화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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