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뜨는 하이브리드, 분석적 안목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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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뜨는 하이브리드, 분석적 안목 갖춰야
  • 창업&프랜차이즈
  • 승인 2016.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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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용어의 본래 의미는 동물이나 식물의 잡종 또는 혼합물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인자가 모여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바뀌어 통용되고 있다. 기름과 전기를 연료로 병행해 사용함으로써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인 하이브리드형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하이브리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러 아이템을 더해 수익원을 늘리는 일종의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매출 보완성이 높은 아이템을 복합적으로 취급하거나, 숍인숍 운영, 다채널 판매방식을 택해 매출 신장을 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하이브리드 전략이 붐을 이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매장의 운영 효율성을 들 수 있다. 임대료는 점포 운영경비에서 가장 큰 지출 비용이다. 매출액 대비 임대료의 효율을 강화하는 방법은 공간이나 시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어떤 유형의 점포든지 상권의 유동인구, 상품의 특성에 따라 시간대별 매출이 달라진다. 하이브리드 전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저녁에 손님이 많은 주점들이 낮 시간대 매출 강화를 위해 레스토랑 메뉴를 강화하는 것, 낮 시간 고객이 많은 커피숍들이 야간 고객 유치를 위해서 수제 맥주 판매를 강화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는 고객 욕구 세분화에 대한 대응이다. 세분화된 고객 욕구를 충족하려면 전문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나치게 좁은 상품 전략이 고객의 내방 동기나 방문 빈도를 줄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취향을 한 공간에서 녹여내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통해 고객들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더 자주 매장을 찾을 수 있다.
셋째는 새로움이다. 짬뽕과 피자의 결합은 새롭다. 상식을 깨는 효과를 준다. 고깃집에서 부대찌개를 먹는 것도 새롭다. 편의점 안에 들어간 카페 공간이나 도시락전문점에 들어간 커피숍도 새롭기는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소비에 쉽게 피로를 느끼는 시대에 새로움은 바이럴 홍보에 큰 위력을 발휘한다.
넷째, 전문성의 강화다. 주스전문점이 뜨면 커피숍에서 주스 메뉴를 강화하면 된다. 빙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별도 브랜드를 만들고 마치 두 가지 브랜드가 결합한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할까? 그렇게 하면 각각의 메뉴들이 끼워넣기식 엑스트라가 아니라 주연이나 조연급 정도의 비중을 가진 전문점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마치 주스전문점에서 태어난 주스와 커피점의 보조메뉴였던 주스는 고객에게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전략의 실패 요인
그런데 하이브리드 업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화, 단순화와 반대의 길을 가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하이브리드를 시도했으나 별 재미를 못 보고 원래로 돌아간 사례도 적지 않다. 실패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너무 복잡한 운영 프로세스를 들 수 있다. 복잡한 프로세스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이 원하는 만큼의 매출 증대 효과를 놓지 못할 때가 있다. 가령 매출 증대 효과는 월 500만원선에 불과한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월 600만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브랜드 정체성의 위기 역시 늘 지적되는 문제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잡종이 돼버려서 개별 브랜드의 강력한 아이덴티티 구축을 방해하는 것이다. 가령 커피와 주스를 결합시켰는데 고객 입장에서는 더 전문적인 브랜드를 원하기 때문에 커피는 커피점에서, 주스는 주스전문점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품목을 어떻게 결합시켜 다른 전문점들이 고객을 뺏아갈 수 없는 조합을 만들 것인가가 숙제이다.
가령 카페에 네일숍이 들어간다고 할 경우 당장 재미있고 몇 명은 이용할지 모르지만 하이브리드 전략에 걸맞은 규모와 두 업종의 서비스 품질관리 등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반짝 호기심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커피 고객은 제대로 된 커피 공간을 찾을 것이고 네일아트 고객은 전문점을 찾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업종이 잘 어울리는가, 서로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에 대한 고객의 호기심이 반짝 홍보 효과로 그칠 수도 있다. 더 전문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고객의 선택 편의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 개별 브랜드인 것처럼 신제품을 출시할 수는 있지만 자주 이용하다 보면 고객들에게는 두 가지 브랜드의 결합보다는 단순한 제품의 결합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끊임없는 고민과 개발이 답
요즘 라이프스타일숍이 뜨고 있다. 이들 매장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품목을 백화점식으로 갖추고 있으나 다품종 소량으로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제품 위주로 구색을 맞춘다. 라이프스타일숍처럼 이질적인 제품군을 하나로 잘 엮어내는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가 하이브리드 전략의 성패를 좌우한다. 상품의 폭과 깊이는? 인테리어 콘셉트는? 적정한 매장의 규모는? 고객과의 상호 작용 방식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결국 실험적인 시도와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의 반응을 꼼꼼히 짚어보는 분석적 안목이 하이브리드 전략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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