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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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주인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8.11.04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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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센트14> 최승진 대표

향전문잡지 기자, 조향사, 향기 관련 마케터 등 향기를 다루는 최승진 대표는 책과 향기를 엮어서 ‘향기나는 책방’을 만들었다. 향기를 맡으면 책이 생각나고, 책을 보면 향기가 떠오른다. 향기가 밴 책이라니, 근사하지 않은가.

▲ <프레센트14> 최승진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프레센트14>는 다소 멀고 낯선 동네인 양평동에 자리잡았다. 최승진 대표는 오다가다 아무나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책방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의 장소를 선택했다. 고객들은 호젓한 동네 분위기와 선유도공원 가는 길목에 위치한 덕분에 책을 사러 왔다가 공원을 찾기도 하고, 공원에 왔다가 호기심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한번 온 사람은 <프레센트14>의 향기를 떠올리며 또 찾아온다.  

 

향기나는 책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작고 아담한 책방에 향기가 가득하다. 얼핏 서점이라기보다는 디퓨져샵 또는 기프트샵의 느낌이다. 독립서점 <프레센트14>는 최승진 대표가 고른 책과 직접 만든 향으로 가득한 ‘향기나는 책방’이다. 
향전문잡지 기자로, 또 조향사로, 향기를 다루는 일을 하던 최 대표는 색다른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제로만 인식하는 디퓨저를 문화와 접목하면 어떨까.

각각 다른 분야가 서로 콜라보를 하는 추세인데 향기와 책 역시 재밌게 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은 사람도 안 읽은 사람도 향기를 맡으면 그 책이 떠오를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최 대표는 직접 만든 향기와 직접 고른 책을 함께 묶어 선물 패키지로 만들었다. 책에서 떠오른 이미지로 만든 향기라는 콘셉트는 매력적이었다. ‘향기나는 책방’으로 각인된 <프레센트14>는 20~30대 여성들이 디퓨저 또는 선물로 할 만한 책을 고르기 위해 찾아온다.


몰라서 즐거운 블라인드북 
<프레센트14>의 개성이자 강점은 블라인드북이다. 크라프트지로 조심스럽게 싸고 종이끈으로 묶어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이 책들에는 제목이 써있지 않다.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북’에는 제목 대신 책과 관련된 해시태그가 있다. ‘#미련에세이, #언제쯤 괜찮아질까, #느린여행애호가, #마음, 관계, 사랑, 성장’ 등 관련 해시태그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읽은 책 중 추천하고 싶다거나 옛날에 나왔는데 이슈가 안 된 수작 등입니다. 안 읽어본 책을 선물할 수 있게 꾸몄습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선물하기 좋은 책에 대해 고객들이 조언을 구할 때는 대상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걸 감안한다. 단편소설집이나 포토에세이 등 한 권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쉽고 편한 책들이다. 

 

▲ <프레센트14> 최승진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책과 향기   
“운영에 대한 고민은 늘 합니다. 다른 독립서점도 같은 상황이겠지만 서점 운영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프레센트14>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고객이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호젓한 책방에 앉아 여유있게 차를 즐기는 모습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출판사에서 오는 메일을 확인해야 하고 책을 고르고 향기를 만들고 이벤트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등 최 대표의 몸과 머리는 끊임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프레센트14>가 ‘향기나는 책방’으로 알려진 만큼 향기와 관련한 새로운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간다. SNS 이벤트를 통해 책을 선물하고,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책갈피와 엽서 등 기념 선물에 대한 아이디어도 연구한다. <프레센트14>는 주변에도 점점 늘어나는 갤러리와 카페 등과 연계한 투어 전시도 기획하면서 지역만의 특색을 만들어가는 데도 힘쓰고 있다. 내년 즈음에는 디자인 관련 공간을 가까운 곳에 더 낼 계획이다. 한 곳은 모임 등 책 공간, 한 곳은 MD상품 등 디자인 공간, 최 대표의 향기 가득한 공간은 다양한 콘셉트로 여러 사람이 찾아오는 편안한 공간으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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