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집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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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집합소
  • 글 손고은 기자
  • 승인 2018.11.01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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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지북앤필름> 강영규 대표

필름 카메라를 팔던 가게가 지금은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이라는 존재를 국내에 확실히 알린 독립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으로 자리매김했다. 

▲ <스토리지북앤필름> 강영규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초록색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엔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가득하다. 자유롭다 못해 신선하기까지 한 주제들, 잣대에 맞춰 개인의 표현이나 감정을 재단하지 않기에 더 솔직한 글들이 책방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출판물을 다루는 곳에서 해소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독립책방, 매력의 한계가 없는 개성 집합소 그 자체였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 이현석 팀장


필름 카메라 가게에서 독립책방으로 
2008년 필름 카메라 가게로 시작된 <스토리지북앤필름>은 2012년부터 그 모습과 성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의 강영규 대표는 그의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면서 필름 카메라 가게를 독립서점으로 변모시켰다. “필름 카메라와 책,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멀어져가는 두 아이템을 매치해 판매하면 이질감이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둘의 균형을 맞춰가며 가게를 운영했죠.

그러다 문득 제가 찍은 사진들로 사진집을 내고 싶더라고요. 기성출판물이 아닌 제가 만든 소량의 책을 어디서 팔 수 있을까 찾아보게 되었고 서울의 독립출판물 서점을 3곳을 발견, 독립책방과 그곳이 다루는 출판물의 발전 가능성을 읽고 <스토리지북앤필름>을 책방으로 완전히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과 2013년 사이에 불과 열 개도 채 되지 않았던 독립책방 수는 6년새 전국 500여 군데 이상으로 늘어나며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이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이렇게 독립책방이 늘어날 줄 몰랐어요. 사실 사람들이 독립책방의 존재 자체를 언제 알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매년 올해가 독립 출판의 붐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거든요. (웃음)”


타인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책의 매력
독립책방으로 완전히 콘셉트를 바꾼 당시엔 <스토리지북앤필름>에 찾아와 독립출판물 발행과 책방운영에 관해 물어보는 방문객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책방에 찾아오셔서 책은 어떻게 만들고 책방은 어떤 식으로 오픈하고 운영하는지 묻는 분들의 수가 상당했어요.

1년 동안은 정말 성심성의껏 모든 질문에 답변해드렸어요. 그런데 책방의 다른 업무들을 겸하면서 같은 상황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피로도가 크더라고요.” 강 대표는 기성출판물을 파는 곳에서 해소할 수 없는 다양성이 독립서점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상업적 잣대 안에서 만들어지는 책이 아닌 개인의 의지와 개성이 담긴 콘텐츠이므로 글의 성격도 하물며 발행되는 서적의 생김새도 천차만별이다. 생각과 취향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 독립출판물과 독립서점의 출현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 독립 서적 발간과 독립책방 운영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의 궁금증을 해소해드리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독립출판 수업을 만들었어요. 대표 워크숍인 ‘LITTLE PRESS’ 강좌에서는 독립출판의 기획, 제작, 디자인, 유통 등의 과정을 가르치고 있어요. ‘Make Magazines’는 독립잡지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고요. 이 워크숍들을 통해 전문적인 답변과 조언이 필요한 분들께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었어요.”

 

▲ <스토리지북앤필름> 강영규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이들과 만남의 기회 늘리고 싶어
유럽과 북미권에서 먼저 시작된 독립책방은 일본을 거쳐 한국에 틀을 잡았다. 올해는 상하이와 타이페이, 방콕에서 붐을 일으키며 그 흐름을 잇고 있다. 강 대표는 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에 이어 최근 후암동에 서점 <초판>을 열었다. “책방 확장을 더 계획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 두 책방을 잘 운영해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싶어요.”

또한, 개인 독립출판물의 발간에도 욕심을 늦추지 않을 생각이라고. 여러 권의 인기 사진집과 엽서집 등을 낸 강 대표, 올해는 텍스트 기반의 산문집 출간 등에 더 시간을 쏟을 계획이다. 더불어 강 대표와 다른 독립출판 제작자들의 주관으로 열리는 ‘퍼블리셔스테이블’ 페어를 통해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뜻깊은 만남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책을 기반으로 하는 워크숍이 주를 이루지만, 독립책방이나 독립출판 마켓이 주최할 수 있는 재미난 수업 등을 기획해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독자들과 자주 만나고 싶어요.”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들뜬 얼굴과 손짓 속에서 독립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시간은 가을 하늘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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