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의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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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의 에스프레소
  • 손고은 기자
  • 승인 2018.08.0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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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콩집> 오태환 대표
▲ <혜화동콩집> 오태환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부친이 마시던 커피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홀짝이던 6살 아이가 커피에 제대로 빠진 바리스타가 되었다. 초지일관의 정신으로 이탈리아 정통 에스프레소 맛을 구현해내는 <혜화동콩집>의 오태환 대표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를 담았다.

한결같은 커피 맛을 내기 위해 늘 분주하게 커피콩을 볶고 블렌딩하는 <혜화동콩집>은 오태환 대표와 그의 조카인 바리스타 박현희씨가 운영하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이다. 커피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간다는 <혜화동콩집>은 이들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커피콩을 제대로 다루는 혜화동의 커피집
인파가 많은 대로변에 위치하지도 않았지만, 에스프레소 전문점 <혜화동콩집>에는 커피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대기업 임원 자리를 관두고 카페를 오픈한 독특한 이력의 오태환 대표는 일본 유학 시절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하숙 생활을 했다. 그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도제 수업을 받고 온 일본인에게 커피 지식을 전수받았다.

귀국 후 대기업에 입사해 일했지만, 커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2007년 12월, 혜화동의 한적한 골목길에 <혜화동콩집>을 차리고 새로운 인생 이야기를 써나가는 중이다. “콩집이라는 이름 재미있지 않나요. 빈(Bean) 대신 콩이라는 단어를 썼죠. 생두를 가져다가 로스팅하고 원두를 만드는 작업을 하니 콩을 다루는 집, 콩집이라고 지은 거죠. 가끔 국수나 두부를 판매하는 곳인 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 재미있기도 하고요.” 


초지일관 지켜낸 에스프레소 레시피 
에스프레소만을 즐겨 마시는 커피마니아는 극소수이고 또 에스프레소 전문점이라 부를 수 있는 카페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혜화동콩집>이 에스프레소 전문점으로 10년 동안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오 대표가 고집스레 지켜온 ‘초지일관’의 신념 덕분. 오 대표는 이탈리아의 전 지역을 돌며 누가 마셔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에스프레소 맛 찾기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이탈리아 북부인 베네치아와 밀라노의 에스프레소 맛을 표본으로 삼고 가장 유사한 맛을 재현, 유지하고자 이탈리아 북부 스타일의 로스팅과 블렌딩 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훌륭한 에스프레소 레시피를 찾아냈으니 그 맛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국내의 커피 트렌드나 유행, 본래의 맛을 해칠 수 있는 고객들의 요구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오 대표는 말한다. 숙련된 전문 바리스타가 새 직원으로 들어와도 에스프레소 추출만큼은 절대 손대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혜화동콩집>만의 철칙이다. 일정 기간 동안의 트레이닝은 물론, 오 대표와 수석 바리스타의 철저한 맛 검증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탈리아 커피마니아들이 만들어 낸 최고의 레시피를 고수하고 그 맛을 잇겠다는 <혜화동콩집>의 의지가 돋보인다.  

 

▲ <혜화동콩집> 오태환 대표 ⓒ 사진 이현석 팀장

커피 맛에 길들여진다는 것 
오 대표는 정확한 산지 정보가 있는 생콩을 제대로 된 로스터가 산지별 특색에 맞게 구분해서 로스팅하느냐가 좋은 커피의 기준이 된다고 강조한다. <혜화동콩집>은 최상의 생두를 사용하면서 십년 째 한 번도 커피 가격을 인상한 적이 없다. 좋은 커피를 제공하려면 원재료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하고 그 욕심을 버리지 않으려면 커피를 마시러 온 고객들과 맛에 대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 결국 <혜화동콩집>의 커피에 길들여진 손님들이 그렇게 단골이 되고 고정 고객이 되어 커피에 대한 오 대표의 한결같은 뚝심과 고집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커피란 제게 이제는 ‘삶’과 같아요. 고객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는 멋진 음료이죠.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친구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 카페는 손님들과의 교감이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오 대표는 손님 모두와 눈을 맞추며 다정히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가족만큼 친밀한 관계로 맺어지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커피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열정을 두루 갖춘 <혜화동콩집>. 그곳엔 오늘도 가족처럼 지내는 손님들로 북적이며, 변함없는 맛과 향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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