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프랜차이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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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프랜차이즈의 비밀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7.11.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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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시스템화’가 관건(세종사이버대학교 이희열 교수)
 

공정거래위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3분의 1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이희열 교수의 진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탄생하기란 가뭄에 콩 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무엇이 부족해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교수는 바로 ‘시스템화’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프랜차이즈시장의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과거 연구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돼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 3분의 1은 대기업 위주, 3분의 1은 간신히 운영하는 정도, 3분의 1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는 결론을 얻은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유명 업체들도 있는데, 제2브랜드를 팔아서 빚을 갚는 식으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해외진출을 시도하다 보니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크라제버거>가 그랬고, 지금은 <카페베네>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탄생하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라고 봅니다.


스테디셀러가 탄생하기 어려운 현 상황의 원인은?
첫 번째는 로열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로열티를 못 받고 직영점도 없는 업체는 출점경쟁을 통해 이익을 남길 수밖에 없는데, 브랜드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 새로 여는 점포가 없으니 수익이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자꾸 제2브랜드, 제3브랜드를 만들고 첫 브랜드에 대한 지원을 멈춥니다. 당연히 오래가는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두 번째는 시스템화, 매뉴얼화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뉴얼 하나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든 점포가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현지화에 실패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매뉴얼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면 해외에서 문화충돌이 일어나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매뉴얼은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로열티를 인정받기도 어렵습니다. 점주들이 왜 로열티를 안 내려고 하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시스템화, 매뉴얼화가 중요한 이유는?
예를 들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인기를 좀 얻으면 미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곤 합니다. 우리나라가 지적재산권 보호가 약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처럼 조금 색다른 아이디어나 메뉴는 금방 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축적한 시스템, 매뉴얼은 감히 따라하지 못합니다.


외국의 사례와 우리나라를 비교한다면?
미국의 경우 프랜차이즈 업체가 자체적인 운영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으면 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있지만, 매뉴얼의 내용이나 깊이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업체는 계약 전 점주가 매뉴얼을 읽고 총 15장에 싸인을 하도록 합니다. 복장규정, 출퇴근규정, 성희롱금지에 관한 규정, 심지어 칼을 쓸 때는 어떻게 하고 무게는 어떻게 재야 하는지도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비스도 단순히 ‘친절하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주차는 어떻게 하고, 흡연공간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세분화해서 매뉴얼을 만듭니다. 그리고 점주가 지키지 않을 경우의 패널티에 대해서도 정확히 명시해둡니다. 점주는 매뉴얼을 숙지한 뒤 시험을 보고 질의응답을 거쳐야 계약에 이를 수 있습니다.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되기 위한 요건을 꼽는다면?
굉장히 대중적인 아이템여야 합니다. 외식업이라면 누구나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지, 많아야 한 달에 한두 번 먹는 음식으로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되기를 원한다면 어렵습니다. 그리고 장사가 조금 잘 된다고 섣불리 가맹사업을 시작하지 말고, 골목상권이나 지방 어느 곳에서든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판단했을 때 사업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로열티로 본사가 많은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직영점을 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영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해야 기초가 탄탄해서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예비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우선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사업인 만큼 숫자와 친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공정위에 정보공개서가 올라와 있는데, 예비창업자들이 알면서도 안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차대조표로 되어 있어서 보더라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가맹거래사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분석한 뒤에 계약을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메뉴가 많으면 많을수록 식자재 관리가 어렵고 로스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메뉴가 중구난방 식으로 다양한 브랜드라면 계약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임대료를 최대한 낮추는 게 관건입니다. 본인 집에서 영업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고, 안 되더라도 반드시 1급지 상권에 진출해야 한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강남에서 비싼 권리금과 임대료를 내고 점포를 운영하는 것보다, 골목상권이나 서울 근교에 작더라도 내 점포를 사서 시작하는 게 성공률이 높습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임대료가 상승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강남이나 홍대 등 1급지 상권의 점포들이 쉽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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