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답이다
상태바
클래식이 답이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7.11.13 08: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야> 조은아 대표

<인야> 조은아 대표
* 인야 : 조은아 대표의 중국 이름. ‘은아’를 중국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중국 친구들이 ‘마실 은’에 ‘우아할 아’라는 뜻을 붙여줬다.

공간은 캐주얼하게, 보다 가볍고 편안하게. <인야>의 접근방식은 남다르다. ‘차 전문점’에서 연상되는 고리타분함을 벗고 젊은 감각을 채웠다. 그러나 <인야>를 지탱하는 힘은 클래식, 바로 원칙을 고수하는 데 숨어있다.


부모님과 마신 차 한 잔
조은아 대표를 차 전문가의 길로 이끈 건 어릴적 부모님과 마신 차 한 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님이 커피를 못 드셔서 어릴 때부터 차를 자주 접했다는 조 대표.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차와 카페문화를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경영학과를 지망한 것도 사업을 염두에둔 선택이었다. 차에 대해 기본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중국유학길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은 유일하게 7대 다류 품종을 모두 보유한 나라로서,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품종의 차를 만나볼 기회가 많았다. 이곳에서 조 대표는 중국만의 ‘다예’(茶藝) 문화를 접했다. 차를 마시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철학과 문학을 논하는 다예 문화가 조 대표의 성향과 잘 맞았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귀국해 신촌에 첫 점포를 냈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의 2층이었다. 찻집과 술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모두가 말렸지만, 대학생과 같은 젊은이들에게 차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게 조 대표의 포부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젊은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금의 <인야> 홍대 본점을 오픈하고, 충무로에도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2호점을 열었다.


클래식을 고집하는 이유
커피는 바리스타가 만들어서 제공하지만, 차는 마시는 사람이 직접 우리는 게 보통이다. 조 대표도 차의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 차를 올바른 방법으로 우려마실 때 과학적으로 효능이 극대화되는 것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 대표는 공간은 캐주얼하게 꾸미더라도, 차만큼은 클래식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야>를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은 차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다구를 다루는 법도 생소해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야말로 고객들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접점이 된다. 차의 품종과 효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차 우리는 법을 가르치다 보면 절로 단골이 만들어진다고. 처음에는 어떤 차를 골라야 할지 쩔쩔매던 고객이 모든 메뉴를 섭렵할 때까지 방문하는 것을 보면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조 대표는 “고객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방문해서 차를 마시며 일도 하고, 쉬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차에 전혀 관심 없던 분들이 차를 즐기고 차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대화를 즐기는 조 대표에겐 이 일이야말로 ‘천직’인 셈이다.


모르는 사람을 공략하라
보통 차 전문점을 오픈하려는 예비창업자들은 ‘이미 차를 잘 아는 사람’을 타깃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조 대표는 이것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동안 차를 잘 몰랐고 또 접할 기회도 없었던 잠재고객층을 공략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야>는 일부러 구색 맞추기 식으로라도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다. 처음 방문하는 고객들이 생소한 차 대신 익숙한 커피를 선택하면 문턱을 넘기 쉽지 않기 때문. 차를 전통 방식대로 마시도록 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쓰는 것보다, 차근차근 설명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고객들도 따라온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차가 어렵지 않다라는 것을 알려드리는 게 아직까지도 숙제”라며 “어떻게 하면 클래식의 본질을 깨지 않는 선에서 현대인에게 차를 잘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인야> 운영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운영과 케이터링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밖으로 나가 차를 알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함께 사업을 해 나갈 인재를 찾고, 차 시장의 규모도 확대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앞으로 <인야>가 한국에 차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재원 2017-11-13 13:06:36
멋진 공간입니다. 응원합니다.

주요기사